절인 부추닢에 고양이 털이 두어개 묻어있는 것을 보았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이렇듯 귀여워하면 할 수록 털이 많이 날린다는 것을 부정하고서는 못산다. 

모르고 먹으면 약이라고 하지만 이건 뭐 벌써부터 콧잔등이 가렵기 시작한다. 

아내가 코를 부비작부비작거리는 습관이 있는데 아무래도 고양이 털 때문이었을까, 

된장국에 밥을 많이도 비벼놨는데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는 격으로 했다간 오늘 안으로 밥을 먹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려깊은 고양이 청은 내가 밥먹을 때만 찾아오는 사려깊음으로, 사려는 무슨 사료만 아는 몽은 시도때도 없으나 

내가 밥먹을 때만은 가만히 나를 놓아두는 사려깊음으로, 고양이 두마리와 함께하는 아침식사와 사투를 벌인다. 

사투라고는 했으나 맞은편 자리에 아무도 없는 식탁에서 혼자 밥숟갈을 뜨는 것을 애처롭게 바라봐주는 청이나, 

밥을 먹을 때만이라도 좀 쉬자는 몽이의 시선이 느껴져 고맙기는 하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이거 줄까. 저거 줄까. 배고프니,

왼쪽으로 와, 너는 오른쪽으로 오고. 아니 거기는 올라가지 말고. 

백번의 말 중에 하나라도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생기면 녀석은 머리가 좋은 고양이가 되거나 내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가 되고. 

그런 흥미로운 사실들에 콧노래를 부르며 반찬 한가지를 입안에 넣고 흡족해한다. 

설마 내가 밥을 먹는 것에 대해 너희들도 흡족해하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너희들 밥을 주고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너희들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설거지통에 빈 그릇을 넣고 물을 채워넣고 뒤를 돌아보면 어느 한낮 꿈처럼 고양이들은 사라지고 없다. 


성북동 비둘기에 등장하는 돌 깨는 소리가 마을_내가 사는 곳은 동네라기 보다 마을에 가깝다_을 울린다. 

오늘은 사이렌 소리까지 합쳐져 유난히 시끄럽다. 

고양이는 시끄러운 거 싫어하는데.


20150706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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