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하나에 물방울 하나가 더해져 물방울이 된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에는 물방울이 물방울을 끌어들이는 힘과 같이,

그것은 매력처럼 끌리는 것과는 달리, 그저 물과 물이 섞임 같은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었고, 비가 그쳤다. 

고백과 같은 것을 하고 싶었고, 그것은 고해성사와 비슷한 것이었다.

광화문 광장의 하늘에 대고 그 비슷한 일을 했다. 

바람에 실려 날아간 내 말과 글자들이. 

다시금 물방울이 되어 내린다면, 하고 생각해보았다.


평소보다 일찍 버스에 올라 책을 꺼내들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야. 나는 그저 기록자야. 

모든것은 기록되지. 

문자로든, 화석으로든,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로든. 

존재하고 있는 것은 모두 기록되고 흔적을 남기지. 

그러므로 여기에 있는 자료들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되었고 기록되어졌기 때문에 보관되고 있는 것이야. 

우리가 싫어하든 그렇지 않든, 믿기든 믿기지 않든. 

우리의 혐오와 증오와 편견에 상관없이. 

이들은 단지 있기 때문에 기록되는 것이야. 

위대하거나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우리 옆에 있기 때문에 기록되는 것이지. 

나는 이 기록들을 보관해왔어. 

그것이 내가 한 일이야."


그저 우리 옆에 있기 때문에 기록되는 것이지.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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