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회를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번째, 일정기간을 주지 않으면 연습의 알맹이가 없다. (데드라인이 필요하다)

두번째, 다른 교습생은 어떻게 만들었고 연습을 했나 보고싶다. 

세번째, 즐겁게 즐겁게 만나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발표회를 준비하는 동안은 첫번째 이유에서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열심히 연습들을 한다. 이정도면 되겠지 라고 얘기하는 것은 나(선생님)의 입장에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지만 각자는 서로다른 생각의 풍선을 어깨에 달고 연습들을 했을 것이다. 모두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고 연습해도 안되는 느낌들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일정기간 동안 이루어져야 그 다음단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발표회를 보는 동안은, 나와 다른 신체구조의 나와다른 정신구조의 사람들을 만난다. 일단은 구경이다, 공연하는 사람의 손짓과 몸짓 표정과 말투를 포함해 모든 것을 구경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수도, 박수를 치기도 한다. 두번째 이유에서 나와 다른 취향의 교습생들을 구경하는 일에서 점점 즐거워진다. 먼저 한 무대에서 실수는 까맣게 잊기도 하고 무대 오르기 전 긴장이 살짝 풀려버릴지도 모른다. 때론 자책을 하기도 하고,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점점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집에가는 길이라던지, 하루 이틀이 지난 지금 녹화해놓은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혹은 그 시간들을 아쉬워하면서 생각에 빠져본다. 세번째 이유에서 이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를, 그 분위기를 잊지 않고 사는 데 보탬이 되어야 교습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서 두 가지의 이유에서 행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면 지금은 내가 향유하는 부분들이 결국 배움의, 삶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말뿐인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이유모를 자신감과 같은 것들이 내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발표회 소기의 목적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선생님을 비롯한 타인의 표현으로 확인받는 대신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 시간의 보상을 받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두 교습생 모두 자작곡이다. 

훌륭하다, 곡을 만들고 연습하고 부르는 모든 부분에서 나는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길을 걷다 - 강규연 사/곡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다 한숨을 돌리려고 멈췄지

내 시선의 끝에서 발견한 한 꼬마

무심코 건낸 나의 인사에 수줍은 미소로 답했지

그 표정에서 내가 발견한 건 나 


순수했었지 거짓을 몰랐지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 그 곳에 있는 구름을 다 딸거라고 

무지개 너머엔 뭐가 있을까 뛰어서 갈 수 있을까 

빛 바랜 기억속을 달린다


내가 멈춰선 바로 그 곳 그곳에서 내 두 발을 봤지

참 열심히도 걸어왔구나, 그 길을 이젠 순수할 수는 없어도 

쉬어가는 법을 배웠지 무작위함에서 나오던 힘을 빼고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언젠가 웃게 될 그 날을 그리며

지금 이 시간을 걸어보자 

아름답도록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내 시간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행복한 순간만 있다면 그게 행복인 줄 모를거야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다 나의 일부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언젠가 웃게 될 그 날을 그리며 

지금 이시간을 걸어보자 

아름답도록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내 시간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길 

나만이 채워온 나의 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