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품다. 

나는 줄곧 품에 있었고,
품 안에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어 따뜻했다가, 

부리나케 나는 누구를 품고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주변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품고 있다고 말할 때, 
품어야 한다고 말할 때, 나는 무엇을 품고 있는가. 

과거, 
내 품에 종종 과거가 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과 그 말에 새겨진 마음은
곧 나의 과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엊그제 대학 사람들을 만났다. 
너는 참 기억력도 좋지, 라고 말을 했다. 나에게, 
그런가, 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나는 그 기억력이 미련의 실핏줄이라는 것을 알았다. 
간간히 펌프질하는 심장의 여러 핏줄 중에
미련을 간직한 곳곳이 엉켜있어 잠시 숨을 쉬게, 
그 비슷한 사람과 상황을 만나면 여지없이, 
드러나게 되어 있더라. 

나란 사람이 지내온 품이 그 정도였다. 
내가 속한 품과 내가 닦을 품이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겠지.
나 또한 생각한 것만을 보게 될 테니까, 

미래, 
내가 닦을 품이자 어깨를 넓혀 품어주는 것. 
마음 운운하며 매번 보는 것만 볼 게 아니라, 
실제로 아무 말 없이 그냥 품는 것. 
다가올 것의 두려움과 설레임 없이 그냥 받아주는 것. 
내일 일의 오차를 긍정하고, 사람의 상처를 등 위에 업는 것. 
정면으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뒷모습으로 안아도 충분히. 

당장의 해결책 없이도, 대하는 것. 
피하지 않고 염려하지 않는 것. 
품에만 있었더니, 품을 줄 몰랐던 과거의 미련. 
그래서 생긴 과거라면 깨끗이 지우기보다, 
알았으니 그 위에 집을 지어보는 것. 

품, 품다. 

드라마 재탕 기다리다가 별 얘기를 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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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춤을 췄다. 

초저넉부터 거나하게 취해서는 팬티바람의 형제를 불러 세워놓고. 


백양 흰색 팬티와 푸른색 팬티를 입은 

나와 내 동생은 국민학교 1학년과 4학년이었다. 


일제 전축에 테이프를 갈아 끼워 넣고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흘러나오면


아버지는 당신의 손을 일그러뜨린 얼굴에 비벼댔고

오므렸다 폈다 하는 다리는 마이클잭슨처럼 장판에 미끄러졌다. 


강요에 못이겨 나는 애써 그 폼을 흉내내었다. 

동생은 시큰둥하게 있다가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 후였다. 


잠시 후 나는 과감히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내 자리에는 어느새 엄마가 와 서 있다. 


설거지를 하다 만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아버지와 마주잡고 이글이글 타는 눈동자로 


테잎의 A면이 끝나 윙 소리가 나더니 툭 하고 버튼이 튕겼다. 

털썩 주저앉은 아버지는 양말도 셔츠도 그대로인 채로 잠이 들었다. 


나는 이불을 깔고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들었다 놨다. 

언제나 아버지의 양말을 벗기고 셔츠 단추를 풀어 제치는 건 내 몫이다.


 그러다 거센 팔뚝이 내 목을 조여 그 품에 안겼다. 

까끌까끌한 수염이 내 이마에 마찰음을 내고 나는 숨을 몰아쉬고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 엄마가 내 자리에 와 누우면 나는 그 사이에 끼인 채 잠이 들었다. 

새벽에 아버지는 나를 내 방에 안아 눕혔다. 그러고는 출근을 했다. 


나는 지금도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 기분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 길로 가고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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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에 외갓집에서 여수로 이사를 가던 날, 

엄마의 눈시울은 붉었다. 

영영 못 볼 사이가 아닌데 엄마와 엄마의 엄마는 서로, 

손을 잡거나 뒤돌아서거나 하늘을 보거나 했다. 


그 헤어지던 날에 나는 이유모를 감정이입으로,

도시로 간다는 설레임을 감춰야만 했고. 

그녀들이 왜 슬피 우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여수에서의 첫 하루를 보내고서야 나는 그녀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정든 곳을 향한 마음이 나는 처음이었고,

그녀들은 살아온 세월로 인해 알고 있었던 것 같아보였다.

또한 빈 자리라고 하는 것은 금새 드러나기 마련, 

그것이 마음의 한 켠에 마련된 자리라고 하면. 


어제 떠난 나의 동생은, 

그런 마음을 들게 해 오후 내내 하늘만 보았다. 

아침에 일어난 빈 자리와, 저녁에 누울 빈 자리를 보면서

집 밖을 나설 때 뒤돌아 본 빈 자리와, 들어와 인사할 빈 자릴 보면서


오늘부터는 없었다. 없을 것이다.

내내 자리하고 있던 마음의 한 공간도 금새 잊혀지고, 

또 다른 무엇으로 채워지겠지. 

나는 헤어지던 날에 뭘 비워냈을까. 


나는 헤어지던 날에 하늘에 대고 무얼 말했을까. 

나는 헤어지던 날에 무슨 반찬에 밥을 먹었을까.

나는 헤어지던 날에 나는 헤어지던 날에

나는 헤어지던 날에 무얼로 그를 대신하려고 애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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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무관심하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하루 내내 보고 있다. 하늘 저 편 언덕으로 내려가지 말것을 당부하지 않는다. 얼만큼 움직였는지만 주시하고 있는다. 지금 사라지고 없다. 저 하늘 위로는 세찬 바람이 일고 있는가보다.

바람은 마음과 같다. 예쁜 하늘색을 배경으로 엉기고 성겨 싸운다.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 두 명을 죽였다. 나의 무관심으로 마음이 꽉 채워졌다. 무관심해야지 하는 순간에 바람이 일어 내 마음은 광풍으로 어지러웠다. 이런 경우는 자주 일어난다. 나는 오늘 누군가를 미워하며 하루를 보냈다.

악의란 내가 주인이 된 상태다. 나는 나를 좀처럼 들어내지 않는다. 생각은 내 안에서만 머물도록 한다. 참아내고 있다가 발각이 되면 그것은 곧 악의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온통 악의로 가득 차 있다. 나타나지 않을 뿐, 나는 늘 고여있는 물로 세수를 한다. 어제 나를 씻긴 물은 보라색이었다. 보라색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나는 투명한 물을 마셨다.

마음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그럴 땐 늘 걷게한다. 하루를 몇백걸음으로 이어와 이젠 집 침대 위다. 배설이 안되었다. 그 만큼 걸었음에도 아직 소화불량상태다. 결국 나는 속 시원히 말하지 못했다. 그것이 악의가 될까봐다. 나는 무얼 두려워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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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너머 식지 않은 불빛이 일렁인다. 
아직 나의 집에는 커텐이 없다.
침대 맡에 머리를 드리우면 찬 기운이 창을 타고 이마를 누른다.
아직 나의 집에는 커텐이 없다.
도로변 2층 집, 밤을 달리는 차들의 과속방지턱을 넘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나의 집에는 커텐이 없다.

일기를 쓴다. 삶의 무게가 펜 끝으로 모아진다.
뾰족한 펜 끝이 내 이마에 닿을 듯 말 듯.
그런 느낌으로는 잠을 쉽게 청하지 못한다.
상상만으로 또 이 밤을 지새우랴. 

옆방의 친구도 잠을 설치는 중인지.
방문 여닫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온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들리지 않는다.
청소부의 도란도란 대화소리가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순간. 
아, 아직 나의 집에는 커텐이 없다.

나의 집에는 커텐만 없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줄곧 커텐이 없다는 생각만 하고 앉았다.
추워 그런 것인지, 시끄러워 그러는 것인지, 
공간의 완벽한 폐쇄를 위해 그러는 것인지.  

 나의 완벽한 폐쇄성을 위해 커텐을 준비해야 한다. 
불빛의 일렁임과 창문에 서린 한기와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청소부의 숨소리는.
나의 잠을 빼앗는 중요한 문제들이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수많은 밤의 고민들이 뒤섞인.
방안의 공기들을.
창문 밖으로 던지고자. 하여
지난 밤 그토록 고대하던 커텐에 관한 내 생각들은. 
먼지를 털고, 걸레질을 하며, 머리를 감다가 결국.
잊어버린다.

 

 

 

정규앨범 2집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발매 그리고 2집 발매 공연

 

Romantic Band 순이네담벼락

 

 

정규 2집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

 

Piano pop & rock 밴드 순이네담벼락이 정규앨범 2집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을 발매했다.

1집 정저지가(井底之歌)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이 우물을 나서면서 느낀 불안과 설렘을 담아 노래했던 순이네담벼락. 시간이 흘러 이제 서른 언저리에 서 있는 그들이 겪은 우물 밖 세상은 어땠을까. 남들과는 다르고 느린 삶이 때로는 뿌듯하고 때로는 불안하다.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당연하고 때로는 힘에 부친다.

혼란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놓치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온 14가지 이야기. 순이네담벼락은 늘 마음으로만 하던, 그래서 전해지지 않았던, 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이번 앨범에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2집 타이틀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

 

10월 22일 "홍대의 밤은 길고, 순이네 공연은 짧다"

 

정규 2집 앨범 발매를 기념하며 순이네담벼락이 10월 22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단독 공연(guest. 우주히피)을 연다.

일렉기타의 영입한 후 좀 더 록사운드가 진화되고 '순이네담벼락' 특유의 남성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곡들을 깊어져가는 가을밤과 함께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밤과 낮이 따로 없는 홍대의 찬란한 거리에서 묵묵히 자신들만의 감성을 쌓아가고 자리를 만들어가는 순이네담벼락의 공연에서는 2집에 대한 노래와 서로 사랑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10월 22일 단독공연 홍보영상

 

 

 

 

<<공연 정보>>

 

일시 : 201110월 22 (토) 오후 7 (6시 30분 관객 입장)

장소 :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티켓 : 예매 25,000 / 현매 30,000

예매처 :   옥션 티켓  http://ticket.yes24.com/Home/Perf/PerfDetailInfo.aspx?IdPerf=10331

           지마켓 티켓  http://item.gmarket.co.kr/detailview/itemTicket.asp?goodscode=223623229

           YES24 공연  http://ticket.yes24.com/Home/Perf/PerfDetailInfo.aspx?IdPerf=10331

주최 : 고래숲

 

 

순이네담벼락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sunis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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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담벼락 2집 '한개의달, 한개의마음'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떤 이유로 나는 공연을 보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다른 말로 나는. 
어떤 형태의 표현물에 대해서 즐겁기만을 바랄 수가 없다.
언젠가 나는 공연근로자라는 말을 했다.
공연을 하고 돈을 받고 생계를 유지하는 나름 논리적 수순을 밟아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표현물에 대해 나만큼 즐겁고 즐거울 사람이 있을까.  내가 남을. 내가 타인을 음악을 통해 설득할 수 있을까. 
과한 생각이라고도 하여 난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즐거울까 한다. 나는 내 깊이가 좋고 내 넓이가 안락하니까.

 
뭐랄까, 이 사람은 에너지가 늘 충만한 듯 보인다.  ben folds라고 하는 이 사람은 pianorock의 창시자라고도 불린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뮤지션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뮤지션이자 나의 한동안 롤모델이었다. 순이네담벼락 1집을 들어보면. 
어느정도 유사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피아노를 훔쳐 쳐봤다. 비슷하긴 하나, 내가 좀처럼 따라갈 수 없는 것은.
나와 다른 감성이었지 나와 다른 능력이었고 나와 다른 시간의 축적이었다. 뭐든 나와 다른 사람을 나는 왜 좋아할까.

생각해보았다. 단지 호기심일까, 부러움의 대상이었을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런 걸 논할 때가 아니다.
마음이 흡족하니 어떤 것들도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새초롬한 그의 얼굴과 음악은 마음을 거닐었다. 


그의 모든 노래를 좋아한다. 머리로 따라가지 않고 가슴골로 따라간다. 그렇게 만들었다. 그것이 능력이다. 
나는 작곡하는 사람으로 그의 송라이팅 재능에 대해 감탄한다. 늘 유쾌한 저변에는 진중한 피아노의 선율이 있다. 

공연을 보았다. 노래는 일단, 가사보다는 멜로디다. 그런 울림의 느낌이 전부이다.

 
마흔 다섯의 그. 서른 하나의 나. 
저 엄지 긴 거 봐라. 
저 얼굴 작은 거 봐라. 


 
다시한번 나는 2집녹음 체제로 들어왔다. 녹음중에 그의 공연을 본 것은 다행일까 불행일까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다.
어떤 생각으로 만들어가야할까. 나의 감성은 정말 우울일까. 달과 가까운 마음일까. 고군분투한다.
기타를 멘 청개구리가 풍선을 타고 시간을 향해 간다. 시계의 옆에는 벤 폴즈의 피아노가 자리잡았다.
어느정도 생각을 한 디자인에 싸인을 받았다. 나는 더럽게 말 안듣는 청개구리로 있는 힘껏 고집을 피워볼란다.
내 세계에 있어서 만족은 없고 불안도 없다. 늘 감사와 평안만 있게되길 바란다.

나의 폴즈여. 고마웠다.  

 

갈 사람은 갔다. 가고 없다. 저기 필리핀 세부로. 

6월 5일 2시 예식을 12시 30분 예식으로 착각하고, 
긴긴시간을 커피빈에서 커피와 카트라이더 게임으로 보냈다. 

부산의 인연은 깊다. 
나의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나의 벗들이 살아 헤엄치는 곳이기도 하다.


석영이와 나와 수훈. 
맨 그 밥에 그 반찬.

미포항 철길 건널목.




현냥과 정화.
둘만있는 친구사이.

해운대 엔젤리너스.  



 
김기타. 김보칼. 롹커김. 김속용.
나는 석양같아 좋다.
아픔을 뒤로하지 않고,
아픔을 안고 가는 모습이 좋다.

정화덕분에 살을 좀 찌우려는가.
"네 인생에 배신은 없다. "

미포항 골목길. 




불꽃이 튄다. 보다 불꽃이 인다. 
눈은 숨길 수가 없으며. 
우리가 우리를 볼 때,

멍췅이. 라고 부르지만. 




 방구똥꾸. 
즐거워하며. 
 방구똥꾸.

미포항 골목길. 





도박에 빠진 놈. 지켜보는 놈.
차이.





사진촬영은 언제나 어렵고 어렵다. 
그건 찍는 사람에게나. 찍히는 사람에게나. 




정화에게 늘 고맙다고. 인사를 하지 못한다. 
우리들 주위엔 시간이 있고,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이 있다. 
공간이 주어지는 것은 1년에 한두번이지만.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이 시간이지. 늘. 
생각하는 시간이지. 




역시 모델은 말라야해. 



 
누군가의 글귀가 내게 와닿는다면 그것은
나의 부족과 허물.
몸의 부족한 요소는 먹는 걸로 채운다지만.
마음의 부족한 요소는 무엇으로 채우나.




 벗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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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물론 당신들은 가수입니다.  
그렇게 선언하기까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무대에서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관계를 피력하기 위해.
이 땅의 모든 시청자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애초에 그럴 것이었다면 지대한 영향력의 뮤지션이나 평론가들을
심의의원으로 두고 했을 지 모르지요. 물론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위한.
어느정도의 방송성(?)을 준비코자 그런 이들의 말들을 끼워 넣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나는 가수도 시청자도 제작자도. 시간에 앞서 가서 모든 것들을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데.
무분별한 마음을 쏟아 부었다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것들이 잠잠해 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느정도는.
제작자가 어떤 의도였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시간 시간. 순간 순간. 
같은 마음의 다른 표현들로 서로에게 다가와 주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제작자의 의도라는 것은 모릅니다. 물론 제작자도 몰라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대. 기대라는 부분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기대가 시청률로 이어지고 맹렬한 비난과 찬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나는 사람의 어떤 한 면을 보고 그 사람을 결정짓는 실수를 자주 합니다.
하지만 그 실수는 언제나 내 안에서만, 내 마음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나는 수없이 그런 나 자신을 벌합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혹은 증명되지 않은 수많은 면들을 뒤로하고. 
말로 전파되어 대상의 일부분. 혹은 전체로 각인시킵니다.
말이 시초가 됩니다. 성경에서 왜 우리의 목구멍을 열린 무덤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것은 딱히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결국에 '나'는 남지 않는 상황이니까요.

구체적으로 말해보겠습니다.
나는 어떤 프로그램이나 영화 책 등을 보면서.
이 대상은 나와 관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나와 대화를 하던 나의 문제 나의 환희를 드러내주던.
나의 상대방인 것들은 나에게 와서 얼마나 상대방의 의도대로가 아닌.
나의 의도대로 선별해서 느낌을 가질 수 있나. 하는 생각이지요.
좋은 제작자는 그런 느낌의 다양성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도. 여기며.
나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스스로의 '나'에게 부여합니다.
그래서 조심스럽습니다. 스스로의 '나' 가 있다면 스스로의 '너'가 있다는 생각.
스스로의 '가수' 와 '제작자' 도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믿음'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박정현이 좋습니다. 그러한 '믿음'이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나는 3주째. 그녀가 좋았습니다.



나는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습니다.
나의 삶에 박정현 같은 재능이 있었을까.
나의 삶에 김범수 처럼 노력이 있었을까.
나의 삶에 이소라 처럼 깊이가 있었을까.
나의 삶에 윤도현 처럼 열정이 있었을까.
나의 삶에 백지영 처럼 호소력이 있었을까.
나의 삶에 정엽 처럼 겸손이 있었을까.
나의 삶에 김건모 처럼 용기가 있었을까.

누구의 삶에도 가치평가를 내릴 수 없겠지만은. 
스스로 해 볼 요량은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습니다. 
가수는 스스로의 재능과 노력. 그리고 열정없이는 안되는 것이라면. 
나는. 또한 누군가는. 왜 그런 가수를 자신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방관만 일삼는 일반인이 될 수밖에 없을까. 
나는 제작자의 더 큰 마음이. 스스로의 여러분들도 이런 삶의 무대에 서시고 있지 않습니까. 
하는 외침으로 들리길 바랐습니다. 
나는 내 삶의 울타리에서 상대방의 울타리에를 넘나드는. 그리고. 일곱이면 족한. 
그만한 관계에서 서로의 열정을 부비부비하는 것에 너무 좋습니다.  



나는 종래에 좋은 공연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그것은 내가 판단해야 할 부분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느끼고 감사해야 할 부분도 아닙니다.
사실 나는 어떤 의도에서든 자유로워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노래부르는 모습에 좋았습니다.
사실 나도 한 명의 노래부르는 이로써. 많은 걸 느꼈습니다.
왜요. 그러면 안되는가요.

나는 가수다. 
물론 당신들은 가수입니다.  
그렇게 선언하기까지.
'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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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진귀한 물건들이 많은 것 같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기웃거리게 되는 가게 쇼윈도 사이로.
혹은 내 관심사가 아닌 것들을 보게 되는 날이면.
세상이 이 처럼 나를 속이고 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에
분통이 터질 때도 더러 있다.

정보라고 하는 것이 홍수를 일으켜서.
40일 밤낮으로 내리는 비에 비할 바가 되었다.
나는 하루에도 몇십번씩 생각을 고쳐먹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구별해 낸다.
사실, 그런 작업이 내 생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견이 가득한 삶.
나의 생각과 너의 생각이 모아진.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나면.
미래에 쌓일 보물같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거잖아 .
넌 음악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니 더욱 행복할 수 있을 거 같아."

하루를 어떤 신문이나 뉴스의 기사로 채우지 않고.
온전히 나와 너의 의견으로 나눌 수 있을까.
빈 곳없이 색색깔로 채우는 것보다.
되도록 다양한 사람들과 나눠 곳곳이 비어있는 것이.
다가올 또 하루를 위해 좋은 것이 아닐까.

선물이라고 하는 것을 present.
지금이라고 하는 것을 present.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해도.
30여년을 살아온 중에.
그 중에, 하루라도 같은 날이 있었던가.
세상의 모든 진귀한 물건들 중. 가장 진귀한 오늘을 주심에.
너무 감사한 나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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