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켜놓고 글을 써본 지가 얼마만인가!


요즘 즐겁게 시청하는 일밤의,


진짜 사나이

정보
MBC | 일 18시 20분 | 2013-04-14 ~
출연
류수영, 서경석, 김수로, 손진영, 미르
소개
스타들이 군 부대에서 장병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똥 싸고 오겠습니다~!" 샘 해밍턴이 그렇게 말했을 때 즈음 나는 줄곧 그 때 그시절 생각이 났다. 

월차를 내고 파주 출판단지에 현이와 놀러갔다. 물론 내 월차는 아니다, 

보급병으로 사단업무를 줄기차게 다녀야 했던 나는 운전병 만큼이나 그 곳 길들에 익숙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둥 마는 둥, 광고찍는 전지현을 멀리서 구경하다가. 

옥수수 2개에 2500원, 레쓰비 캔커피 3개와 칸쵸를 샀다. 

파주 광탄면 마장리, 





노랗게 타들어가는 오후, 

차를 타고 가릿고개를 넘은 적은 처음이었다. 

부대 앞 정류장은 새로 페인트칠을 한 듯 환하게 웃고 있었고, 

불광동에서 33번을 타고 여기 내리면 가까운 위병소에서 낯익은 얼굴이 반갑게 외친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혹은 어여 튀어와, 라던지. 서로의 지위고하에 따라, 





부대는 일찌기 이사를 갔다고 했고, 

닫혀진 철문이 아니어서 다행이었고,

세계최강은 무슨, 정예수색은 무색, 

밖에서 본 위병소 안과 안에서 본 위병소 밖은

천지차이다. 여태 그렇더라, 





본부중대 근무소대 2.4종 보급병 이병 성종훈

본부중대 근무소대 1종 보급병 상병 손희선

본부중대 근무소대 병기계 상병 박준영

본부중대 근무소대 탄약계 일병 이재균

본부중대 근무소대 장교계 일병 이수홍

본부중대 근무소대 경리계 이병 문만석

본부중대 근무소대 사병계 상병 김재훈 2분대장

본부중대 근무소대 작전병 1 이병 김정범

본부중대 근무소대 작전병 2 상병 정철오

본부중대 근무소대 작전병 3 병장 고승훈 분대장

본부중대 근무소대 정보병 1 이병 이용섭

본부중대 근무소대 정보병 2 이병 이태섭

본부중대 근무소대 인터넷교육병 1 이병 김두현

본부중대 근무소대 인터넷교육병 2 병장 여용대


그리고 본부중대 수송소대 3종 보급병 일병 최휘철


막내, 참 오래도 해먹었었다. 





위병소 옆 솔개타운, 

유일하게 부대원들에게 술을 파는 곳. 

맥주는 1000cc까지. 그러나 잘 지켜지지는 않았고, 

매일 밤 점호는 붉게 물든 얼굴의 병장들 내지 상병의 말들로 가득, 

막내가 좋았던 이유는 간혹 분대장들이 데리고 가서 여지없이 술을 멕였던 것. 


사고가 나면 문을 닫는다는 조건 하에, 

그나마 모든 병사들의 위안이 되었던 것, 

해질 무렵, 삼삼 오오 줄을 지어 찾던 솔개타운. 

훈련 후 맥주의 맛, 아니 근무 후. 





선착순! 

찍고 찍었던 축구골대나 탄약고 철조망도 이제는 없다. 

파란 지붕의 교회와 녹색 지붕의 식당, 매일 1.5km 구보의 연병장, 

그리고 멀리 숨어있는 분리수거장, 그것들이 모여 시절을 논한다. 


이제는 사람없는 곳에, 

넘쳐나는 이미지들, 그리고 그리운 동무들의 냄새. 

노랗게 타들어가던 오후의 냄새가 진동할 무렵, 

사들고간 레쓰비 커피 하나로 입맛을 다신다. 


연인과 헤어지고 복귀한 어느 병사의 귀대길에, 

벚꽃과 가까운 것들이 피어있었다. 

사실 그보다, 

반갑게 혹은 가혹하게 맞아준 그대들이 있어서,

몇 개월을 버텼고, 또 그대들을 기억할 수 있었지.


이제는 민방위 1년차인. 

나의 소중했던 이십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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