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중요한 사실은. 

적당한 것은 쉽게 드러나지 않아 드나드는 문이 아니라 뒷문 혹은 창문으로 지나가버렸다는 거다. 

애초에 타이밍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란 것을 깨달았어야 했다. 이제는 어린아이처럼 밥먹는 데만 집중할 수 없으니, 

나는 하나지만 나와 관계된 것들은 하루가 생겨나는 것만큼 늘어 둘과 셋이 돼버리니 말이다.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었고, '즐거운' 삶을 누리기 위함이었다. 
첫번째의 '살' 길은 밥벌이와 관계된 것이지만 내가 하는 공부는 그런 의미에서 실용적인 공부가 아니다. 
멀리 내다보면 자격증을 딸 수도 있고 자격증을 이용해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살' 길은 언어이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다. 말하고 듣고 생각하고 내가 표현하는 방법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두번째 '즐거운' 삶을 누리는 것은 '지금'에 관한 얘기다. 
현재 내가 집중하기 위한, 다른 시름을 잊고 지내기 위한 방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분간 노래를 만드는 일을 중단했다. 먹고 사는 방법은 최소한으로, 틈틈히 있는 기타교습외에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
주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행위도 자제했다. 그것은 '즐거운' 시간임에는 틀림없었지만 '즐거운' 삶의 연속은 아니었으므로. 

작년 11월에 일본에 다녀왔다. 아는 동생의 권유와 도움으로 시부야의 작은 술집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전부터 일본에 대한 로망은 있어왔다, 문화와 취향의 다양성, 상상의 고도, 음악의 섬세함 등 눈과 귀로 담아두고 싶었다. 
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살아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궈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움직임의 시작이었다. 
마음에 바람만 잔뜩 들었다는 표현보다는 그 즈음의 순간에 바람이 불었다고 표현하고 싶다. 

일단은 일본어에 대한 공부다. 일본문화에 대한 공부는 가랑비에 젖어가는 외투처럼 될 것이다. 
책을 사고부터 시작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바람에 두달 가까이 한권의 책에만 매진했지만, 
일단은 재미있다. 수능을 공부할 때처럼 오답노트도 따로 만들어두었다, 나한테 시험을 치는 느낌으로 버스 좌석에서 중얼거린다. 
하루를 채우는 시간들을 쪼개 틈틈히 책을 보고 떠올리고 혼잣말도 해본다. 자의로 공부해 본 것은 정말이지 오랜만이다,

언어에 대한 공부는 '켜켜이' 쌓아야 하는 데 있다. 시간의 쌓음이자 결국 삶들의 쌓음이다. 
그들 삶을 엿보기 위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들 생각의 표현이다. 
'그들'이라고 쓴 것은 아직은 내게 생소한 이름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나 '같이'가 되기 위해서는.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쌓여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쌓여가는 오늘과 내일이 '살' '즐거움' 이면 좋겠다. 

뚜렷한 목표는 이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바가 옮겨지고 언어가 가지는 특성을 이용해 글을 써보는 것"
"글을 읽고 표현하는 소리를 통해 노래로 옮겨가는 것"
"음악에 대한 공부 또한 타지에서 시도해볼 것"

민나노 니홍고 초급 1과 2를 보고 있고, 한자책도 겸해서 보는 중이다.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좋지만, 일본의 대중가요와 소위 인디한 음악들의 가사를 많이 읽어보자. 
좋아하는 표현을 적어놓는 일도 게을리 하지말고, 그 표현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해보는 것도.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시간을 보내자. 즐겁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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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게 사는 것은 공부다. 혼잣말고 빈방을 가득 채우는 것은 공부다. 
바닥까지 내려앉아비굴해진 내 모습을 가까이. 아주 가까이 구경하는 것도 공부다. 

사실, 혼자는 아니지만. 
혼자라고 느껴도 좋은 오늘이다. 
혼자가 가진 생각은 어느 누구에게도 타협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끔은 오해로 번질 수도 있는 번거로움도 피해. 
깊이 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제법. 인생의 반이라고 하는 세월을 산 것 같은 느낌의 밤을 지샌다. 
밤을 지새는 것이 정말 오랜만인듯. 내 실수였던 듯. 내 잘못이었던 듯. 
혹, 내 오해였던 듯 했던 특별한 과거에 대한 기억이 사뭇. 그려진다.
지금 웃을 수 있는 것은. 그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떠올라서이다. 

바깥에 내리는 비는 잠시 멈춰서서 바람을 불러온다. 
바람은 내 옷 단추 사이를 살짝 드밀고 들어와 턱밑까지 차온다. 
그다지 춥지도 덥지도,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바람의 성격이 좋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때로 술을 마셔도. 생각나지 않은 것들이. 
친구와 또는 애인과 함께 있어도 나누지 못한 말들이 떠오른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여섯번째의 것들에 대해. 
오늘은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100번의 고민과 19번의 고민이 진정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없다.
말이 많은 것과 생각이 많은 것, 둘 중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생각하고 말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면. 
선택받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하며. 
용인해 주는 겸손한 마음은 오히려 승리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승리해야 얻는 것이 아니라. 얻어야 승리하는 것이다. 

갑자기 든 생각은. 이것이다. 
승리가 무엇인 줄 아는가. 
내 가진 모든 것들을 바쳐. 
내가 따르는 가치를 사는 것이다. 
그것이 때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있고. 사랑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따르는 것. 들. 중. 가장 최고의 가치는. 
무엇일까. 답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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