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에 앞서_


진실을 밝혀야 할까, 진심을 이야기해야할까, 현재의 기분을 풀어놓아야할까. 

침묵할까, 노래할까, 웃을까. 





제주도 애월읍 유수암리 1402-1





우진이 형과 약속한 데로, 1집 앨범을 내게 되면 꼭 이 곳에서 첫 공연을 하리라. 

앨범은 5월로 미루어졌고, 앨범을 도와준 연주자들과 그 식구들과 내 식구들과 함께. 

설렁설렁 놀러들어왔다, 제주. 어쿠스틱홈즈


식구라는 말을 써놓고 보니, 좋은 느낌이다. 식구, 





아내의 사진은 늘 변함없이 기특하고 오목조목하며, 

고마움을 담아낸다. 





생각해보니 2013년 6월 이후로 무대에 선 적이 없다. 

합주도 충분히 했어야 했고_그렇지 못해서_ 리허설을 좀 더 길게 해야했지만. 

제주의 날씨 좋은 어느 날이었기 때문에. 





홈즈는 삽살이. 

누구는 기타를 치고 누구는 핸드폰을 만지며 누구는 피자를 굽는 와중에, 






공연 1시간 전 리허설 때가 가장 재밌어야 한다. 말 그대로 유쾌해야한다. 우리끼리 아주아주 재밌게 놀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 공연에 잘 못하더라도 남음이 있다. 그냥,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늘이 색을 바꿔가는 걸 본다. 

가장자리, 하늘선. 

만난다. 밤과 낮이, 

만난다. 너와 나도





seine의 오프닝을 시작으로 2시간동안 노래가 흘렀다. 

이날 따라 내 바지의 무게가 너무 가벼웠다. 





각자로 흩어진 이튿날 

청수 곶자왈





수훈이와 승윤이와 동일이, 새롬씨와 석현이, 욱현이와 현이 

혜임이와 나영이와 가을이. 




그리고 승재씨와 영란씨.

승준이, 모두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아와 옷가지를 정리한다. 


침묵하고, 노래하고, 웃고. 

이 세가지를 흡족하게 이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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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쉬었더니 감정이 메말라버렸다. 맺힌 한 같은거. 말이다.

 

제주도 가는 배안에서 빽수훈이는 멀미를 엄청 했었던 것 같다. 안그래도 하얀얼굴, 완전 창백해져가지고는 꼬라지 봐라. 여튼 이 사진은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사진 중, 딱 하나밖에 없는 수훈이와의 사진이다. 정원이와의 사진은 너무 양아치같이 나와서 내가 사장시켰다. 사실 고등학교 들어서는 정원이와 약간은 멀어진 것도 같은 느낌. 너무 오래 붙어다녀선가, 이젠 같이 있어도 별로 흥이 나지도 않고, 그놈의 코에 질려버렸던가. 이제부턴 코에 대한 얘기를 한번, ^^



박정원이의 코에 대해서 사람들은 너무 모르고 있다. 혹부리 영감은 혹에 무한한 얘기를 담아다닌다했지. 박정원이 코안에는 무궁무진한 사연이 담겨있다. 우리 어머니께서 어릴적 부터 정원이가 오는 날이면, 꼭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다지 친구를 반기시는 분은 아니신데, 정원이만 오면, 그놈의 코만 보고 히죽히죽 웃으시더만, " 쇠떼... ㅋ" 이렇게 한마디만 툭 던지셨다. 난 그 뜻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정작 정원이 자신은 복코라 여기고 애지중지 했었는데, 그 애지중지 여기던 코 때문에 나와 빽수훈를 비롯, 반경 2미터 사정거리 안에 있던 녀석들은 고생좀 했을 것이었다.

 

"팽~"하고 소리가 들리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가는데, 하긴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고나선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든 재밌는거 보여준다하여, 코푼 화장지를 탁 하고 터뜨려 코안의 구성물들이 흰색 천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광경을 선사한다. 참, 재주도 많은 놈이지. 그런 것도 재주라고, 그리고 나서 코푼 화장지는 당연히 쓰레기 통으로 가야 할 것을, 녀석의 자리 밑에는 말할 것도 없이, 앞뒤좌우의 친구들 자리에까지 그 화장지는 침범하고야 만다. 난 박정원이 자리에 흰색 카펫을 깔아 놓은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화장지ㅡ 청소 시간에 반친구 녀석들이 얼마나 애먹었는지, 누군들 손으로 그걸 집고 싶었겠는가. 그때마다,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불쌍한 표정으로 사정을 하던 박정원이의 표정은 상상+?

 


코를 잘 후비기도 하였는데, 후비고 지나간 자리에는 꼭, 흔적이 남는다. 머리좋은 자식이 그걸 책상 밑에다 붙여놓지 않고, 창틀(정원이 자리는 늘 창 쪽이었다.) 밑으로 삐져 나온 시멘트선반 안보이는 아래쪽에 붙여놨던 것이었다. 이건 빽수훈이 기억에서 나온 것으로, 사실 난 가물가물하다. 아마 빽수훈이도 창가 쪽에 앉았었기 때문에 확실한 근거가 될 듯하다. 나도, 빽수훈이도 뭐, 그것 때문에 피해를 본다던지 그럴만한 것은 전혀 없었는데, 다만. 그 다음 해에 그 반을 차지하게 될 후배놈들 중 그 자리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코를 파서 그 자리에 대충 붙여놓고자 하는 녀석이 말라 비틀어진 자신의 것과 유사한 유물을 발견했을때, 표정이 궁금할 뿐이다. 불쌍한 녀석. 그런 경험도 하고... 쯔쯧.

 

쇠떼, 박정원이는 상황에 대한 순발력이 참 좋다. 말주변이 좋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놈 옆에는 항상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도 그 말주변으로 먹고 살고 있지 않은가. 남자든 여자든, 뭐 특히 남 자에게는 말주변이라는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언어에는 분명 확실한 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쓰는 사람에 따라서. 풋. 한번은 정원이를 비롯한 여타의 친구들과 도색잡지를 보고 있었는데, 엄청 무서운 선생님께서 뒷문에 서서(다행히 들어오시지는 않으셨다.) "너희들 모여서 뭐해~!!!" 하고 큰소리로 야단치시는데, 우리의 박정원이 일어나서 하는 말 " 저, 음담패설좀  하고 있었습니다!!!! " 라고 자신있게 말하니, 선생님 어이가 없으신지, 그냥 가버리신다. 음담패설. 과 도색잡지.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뿐인데. 그러고 나서 박정원이 하는 말이 더 가관이다.

 

"너희들이 무서워서 떨고 있을 때, 나 봐라. 이런 순발력이 어디서 나오겠냐. 니들 음담패설이 뭔지 아냐? "

 

하긴 "야한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하면 정말 웃길 듯. 정원이의 유식한 한 마디 때문에 그렇게 잘(?) 넘어갔지만. 난 아직도, 도색잡지와 음담패설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것은 잘못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선지, 지금도 정원이가 그렇게 살고 있을까봐 걱정이다. 분명, 너나 잘해, 하겠지. 그래. 난 어서 밥먹으러 가야지. 밥먹고 기운내서, 또 하나의 사건을 꾸며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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