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하나가
기억에 목 마를 때까지 
슬피 운다. 

두고 온 언제 그 밤에 
붙여논 껌딱지 
딱딱하게 굳고 말라 
내 입안에 있던 것. 

즐겁기로 한 두해 
지겹기로 연 이틀 
포괄하는 시간이 
때론 쏜살같이, 때론 더디게 

사이로 난 길은 매력이 있다. 
큰길로 가라하는 아버지 말씀 
나이테가 몸안에 새겨지면
그로부터 침묵이 이어져온다. 

기억에 기억을 본 떠 
기억을 만들고 
사랑을 본 떠 사랑을 만들 수 
있겠냐마는 

내가 본 세상은 
붙여논 껌딱지보다 못하다.
내 입안에 있던 것 
유들유들 혀로 모양을 만들고

두고온 밤 잊혀진 하나가
슬피 울어 잠이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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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인사를 나누려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달이 헤엄치듯 구름위를 지나간다. 

달이 빠른 것인지 구름이 빠른 것인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을 궁금해하고 

과연 

바람의 온도가 참 좋구나. 이밤,

밤이 지나기 전에 남겨야 할 것은
기억, 이것. 

그러다 슬픔이 엎질러졌다.
그리운 이는 항상 있기 마련, 

지치지만 만족스러운 그리움
순수한 것이 가장 오래 남겠지. 
아마도

망각이라는 선물
기억이라는 슬픔이라 했다. 

남겨진 것들에서 나는
슬픔의 향기로 인해

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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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원이 싸이추방대작전 : 원래는 친구의 못된 행태를 낱낱이 밝혀 온라인(예전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발도 못붙이게 할 심                                                           산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구와 나와의 일들을 기록하여 후대에 전하기 위함으로 변질된. 여                                                           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할 이야기 모음집. 



정원이와 꽃놀이를 갔다.
그리고 몇 장의 사진과 함께. 
해묵은 내 몸뚱어리의 곤함도 함께. 
그렇게 돌아왔다. 




< 남원 시내에서 9km 떨어진 곳의 파크모텔 앞 개나리, 자세히 보면 사랑이 보인다. >

 
 왜 꽃이 좋은가 물어보면 그다지 할 말은 없다. 왜 나는 너가 좋은가 물어봐도 그다지 할 말은 없다. 누구는 수백가지를 말할 수야 있겠지마는 나는 그렇지 않다. 좋은 이유야 수만가지지만 싫은 이유야 딱 한가지라 오히려 싫은 이유를 말하기가 더 쉽다.  나는 늘 그래와서 바꾸기가 쉽지 않다. 싫음에 대한 선입견보다 좋음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서 그런다 치자. 그것이 좋고 싫고를 떠나서 꽃 앞에서랴. 나는 노오란 색이 좋다. 더구나 노오란 색의 옷도 좋다. 개나리보다는 겨자색이 좋다. 하지만 꽃이다. 꽃 앞에서 나는 너보다 겨자가 더 좋다고 말 할 수야 없지 않은가. 

 우리가 만난 것은 밤. 고즈넉한 찻집. 밤이 늦어 아침을 맞고자 서둘러 차를 탔다. 매번 그랬지만 이번에도 그랬다. 무모한 친구녀석과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녀석 탓에 운전을 해야하는 녀석 탓에 나는 늘 재미와는 먼 길을 간다.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 걱정도 없다. 그럼에도 입은 쉬지 않는다. 혼잣말, 그것이 장시간 운전하는 녀석의 졸음운전 방지법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졸음운전 방지법이기 이전에 애초부터 말 많은 녀석이었음을 아니까. 굳이 끼어들어 함께 간 처자들의 기대를 져버리게 하지는 않았다. 하동과 구례의 경계에 있는 쌍계사는 애초 우리의 목적지였음이 분명하다. 허나, 꽃놀이의 계획이 우리에게만 있을 것은 아니었고 번개로 콩볶듯 계획을 짠 우리에게 숙소는 두 팔 벌려 환영해주지 않았다. 물리적 거리로 한시간 가량을 무려 네시간을 헤매이다 남원 시내에서(원래 계획은 지리산, 그것도 구례쪽과 가까운) 9km 떨어진 외곽 산자락에 자리한 음습한 모텔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간의 과정은 너무 한심하여 스스로 퇴고를 거듭한 점 너그러이 이해해달라. 







< 구례, 화엄사. 심리적으로 '그래!'를 외치게 된 구례의 오래된 절. > 

 
 다음 날의 모습을 담았다. 시간의 순서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흐르는 데로 사진도 글도 편집을 했다. 기행문이라고 하는 것이지만 나는 늘 순차적으로 배열하지 못한다. 사건의 앞 뒤는 꼭 마음의 앞 뒤와 연결되지 않았다는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까.  view라고 하는 것. 흔히 사진을 찍을 때라던지 눈으로 보는 경치에 관한 영어로 된 말. 나는 그것의 좋고 나쁨에 관해서도 잘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쉽지 않다. 마음이다. 늘 말해왔지만 또 그 '마음'이다. 실제로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이 다름은 눈이 아닌 마음에서 오는 것이 맞다. view는 그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나는 안정적이기 보다는 급하고 뒤엉켜서 늘 마음이 등 쪽에 붙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감추고 싶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 나는 마음이 저 멀리 있다면 아마도 등 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제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자 유머를 만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가 가고 있는 '구례'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그리하여 어떤 질문과 어떤 걱정에도 우리는 구례를 대신한 '그래'를 구례식으로 발음하며 매번 깔깔댔다. 이것은 정원이와 나 둘만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불편한 사람과 어쩌면 민망한 사람과 섞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초특급 울트라..어쩌고 저쩌고.. 하는 개그를 하면서 울고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능한, 사람이 만난 자리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며 그것이 어떤 목적을 가진 이야기기 보다는 적당한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그런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유머가 넘치는 남자, 센스있는 남자는 곧 그런 방향성에 대한 감각이 꽤 서있는 듯한 남자일 것이다. 일과 밥과 잠 밖에 모르는 남자를 만나면 당연히 여자는 피곤할 것이다. 그것도 마음이. 그런 의미에서 정원이는 약간의 센스와 약간의 유머가 넘치는 그런 남자들 중 한 명이다. 꼭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나의 마음이 닫혀 있다고 생각되던 순간>


 채도가 강하지 않은 '듯한' 사물이 좋다. 꾸밈이 없다는 말도 그 한 줄기.  살아오면서 장만한 옷들도 거의 그렇다. 희끄무레하다던지 물이 빠진 색 같다던지 하는 말. 꾸밈이 없다는 말과 꾸미지 않았다는 말은 곱씹어보면 참 다른 말인 듯 하여 나는 꾸밈이 없다는 말이 더 좋다. 그래서 친구가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연인과 친구의 사이에서 늘 고민하는 것은 솔직함의 유무. 물론 누구에게는 솔직하고 누구에게는 솔직하지 않단 말은 아니되 이 사람과 나눌 말과 저 사람과 나눌 말을 가린다는 의미이다. 모든 이야기들을 공평하게 나눴다면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줄 수 없었겠지 않을까.  나는 마음이 늘 닫혀있는 사람으로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한번은.  
 고통받고 있다고 여기면서도 나는 그 통증을 즐거이 겪고 분연히 일어나 또 걷고. 넘어지더라도 가급적이면 흉터는 아주 잘 보이는 곳으로 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의 싸움과는 다르게 나는 홀로 고된 싸움을 붙이고 말리고. 그런 모든 과정들을 저 혼자 간직하고. 목구멍 밖으로 나올 만하면 술로 가라앉히고 혹은 기도로. 그것이 과연 질 좋은 삶의 모양일까 생각도 해본다마는 방도는 늘 다르지 않았다. 친구. 나는 나의 친구가 그런 나의 모습을 먼 곳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참으로 좋다.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말보다 그런 나의 모습이 보인다니 더 좋다.  왜 나는 늘 문을 열고 나오지 않을까. 열린 문이 더 보기 좋지 않을까 하여. 나는 문이 닫힌 저놈의 사진을 찍고 한참을 바라보다 '너 마음의 문도 그러지 않느냐!' 하는 생각에 흠칫 놀랬다. 그래서 나는 내내 저 문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는 고민에 사로잡혔다. 안다. 열어본다고 좋을 것 하나 없다.  열기 전에 내 마음부터. 나는 무엇으로 감추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나는 무엇으로부터 감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 돌계단, 나는 너희를 한 켠에 두고 또한 나를 한 켠에 담는다 .>


 뒷짐지지마, 아저씨 같아.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우리는 어느새 세월을 벗삼아 서로 비슷한 행동을 취하며 걷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네가 아주 어릴 적에 손을 모으는 것을 나는 일찌기 본 적이 없다. 있었다 하더라도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과연 그런 것들이 왜 생각이 났을까. 나는 너의 말을 듣고 들었다. 



너는 일관적이어서 좋다.
친구를 떠나 사람이 일관적이라는 것은 본디 좋은 것일게다. 
욕을 해도 그모양 그꼴로 하고 웃어도 그모양 그꼴로 웃는다. 
내 얘기를 할 때에도 과거의 모습에 비춰 나를 혼구녕 낸다. 
나는 너의 습관적인 태도에 익숙하다.  그럼에 좋다. 
누군들 변하지 않고 살까마는 내게 비친 너는 정말 변하지 않아서 좋다.

나에게 '원래 너는 그랬어'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온 편지를 읽는 것처럼 달콤하고 끈적해서 좋다. 
나는 늘 좋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싫다고 하여도 네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홀로 담았다. 너는 어떤 그릇에 담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매번 홀로 담았다. 
네가 한 말과 네 표정. 말은 하지 않아도 네 마음과 비슷한 사물들을 담았다. 
그것은 어쩌면 사진일지도 모르고 스쳐지나간 어떤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너를 담아온 내 모든 세월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함께. 나는 그것을 믿는다. 
너를 믿는 것이 아니다. 함께.라는 심정을 믿을 뿐이다.  





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그 해 노란 여름의 하늘
집 앞마당 청포도 익어가는 소리에
우리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살며시 잠을 청해본다.

그 해 붉은 가을의 하늘
잠자리 가득한 높은 하늘 아래로
할아버지 자전거 뒤를 따라
굽은 논길을 내달려본다.

이듬해 한 자나 자란 내 기억에
다시 심은 동화의 씨앗은
사계절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아야겠지.

그 해 하얀 겨울의 하늘
아이의 숨가쁜 입김위로 쏟아져
녹아내리는 아름다웠던 눈
사라져간 긴 겨울밤의 꿈.

이듬해 한 자나 자란 내 기억에
다시 심은 동화의 씨앗은 
사계절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아야겠지.

쉽게 오지 않는 4월이 되면 
학교 운동장 한켠을 지키던 
아주 오래된 벚꽃나무엔
흐드러진 기억이 피었다 지네. 

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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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동화의 씨앗 : 산골소년과 소녀. 그런 동화적 이야기가 아닌 정말 한 동네에서 마주쳤을 법도 한. 그것은 정말 시간이 지나고 보면.  신기하거나 반갑거나 하는 일. 







동화적 요소 하나, 

"우리가 서로 몰랐을 때에.  같은 길을 걷거나 같은 목욕탕 앞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지도 모른다. "


짧은 휴가기간 동안, 나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연인은 고훙군 포두면 길두리에 다녀왔다. 십리나 떨어져 있었지만 버스가 다니는 길은 하나, 명절마다 빼놓지 않고 가는 목욕탕도 유일하게 하나만 자리하는 곳. 그곳을 우리는 고향이라고 얘기했다. 누구는 마음의 고향이라기도 했고, 누구는 내 부모님의 고향이라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쉬며 유년기를 보냈다는 것.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곳은 나와 너처럼 키가 훌쩍 자라 있었지만, 어릴 때 모습은 간직하고 있었다. 아스팔트와 유명 마트, 한옥을 개조한 한정식 집들로 군데군데 채워져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겨웠다.  "그래도, 우리가 기억하는 큰 길은 바뀌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말했던 것처럼.  정말 다행히 하늘도 구름도 해도. 적당하게 비추었다 가려주었다. 











동화적 요소 둘, 

"기억은 기억과 만나서 현실을 이룬다."

구태의연하게. 
사진을 찍었다. 

여기는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2층 옥상이라고 했던 말은. 
이제는 거짓이 되었다. 

두명이 앉아도 남던 자리가. 
앞뒤로 앉고 서야 채워진다. 

태권도복은 누구에게 되물림되어 버려졌을까. 
이런 저런 이야기로 우리는 수없이 만났다. 












동화적 요소 셋,

"나의 아버지와 나의 어머니는 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이십년 넘게 살다가. 결국 건너게 된 것이 결혼하고 나서란다."



저 냇가는. 여덟살 먹은 내 친구녀석이 자랑한답시고 뒤로 다이빙을 펼쳤던 곳이기도 하고 물귀신이 산다하여 산 밑자락까지 헤엄쳐 간 사람은 열이면 아홉은 죽어나온다는 곳이기도 하다. 
이 다리는. 스물 중반의 내 어머니가 시집살이 괴로워 그렇게 건너가고 싶어했던 곳이기도 하고 외할아버지가 집에서 키운 개를 잡고자 목에 줄을 매달아 밑으로 던져버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 자전거는. 6.25 후유증으로 절름발이가 된 외할아버지의 지팡이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다리가 닿지 않아 안장에 앉지 못하고 기마자세로 발을 굴려 힘들게 탔던 나의 자전거이기도 하다.












동화적 요소 넷,

"하늘에는 길이 없다. 애초에 길이라고 하는 것은 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날개가 없다. 애초에 날개는 날짐승들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꿈이 있어왔다. 아홉살의 꿈, 열세살의 꿈, 스물다섯살의 꿈. 시간의 탈을 쓰고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분명히 내게는 꿈이 있어왔다. 그것은 내게 날개가 되어 주기도 하고 날 듯 날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멀뚱히 티브이만 쳐다보거나 학원과 인터넷 게임에 지친 요즘 아이들에게는 없는 그런 유일무이한 시간이 내게는 있었다. 집안 어른들이 논에 나가고 없으면 혼자 하루종일 하늘을 쳐다보며 *이런 생각에 빠져보기도 하고 경운기 뒷칸에 천막을 치고 할아버지께서 넣어주신 새우깡 하나를 오물거리며 하루 반나절을 새우깡만 생각한 적도 있다. 새를 만지고 싶어서 뙤약볕에 허수아비처럼 두 팔을 벌리고 서 있었을 때도 있었고 궁금증이 많지만 물어보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길을 잃고 헤매어도 묻지 않고 걷기만 했다. 지나고 보면 하나같이 고생스럽고 미련한 일이었지만 그 때문에 나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하여 두렵게만 여기지 않는 습관이 생겼고 어느 누구와 대화를 할 때는 이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해 임했다. 어떤 것을 그려보는 것. 색을 칠하는 것보다 밑그림을 더 잘 그린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조화는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아는 것이며, 나의 나다움과 너의 너다움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그녀에게도 어쩌면 가능한 생각들이었다는 것을 이쯤에서 알게 되었다. 











동화적 요소 다섯, 

"가만히 서 있으면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리면 스스로 바람을 만들어 몸을 실을 수 있다."




사람의 외모만 보고 혹은 환경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실수를 우리 사람들은 자주 하게 된다. 
성경은 겨자씨를 비유해 이 작은 씨앗 하나가 얼마만큼 큰 나무가 되며 얼만큼의 큰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의 쉴 자리를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은 우주를 통털어 이제 인간밖에 남은 것이 없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인간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이치였고 너무 사랑스러운 행위였다.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고 죄를 짓는다고 하기도 하며,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을 뉘우치고 옳고 그른 것들 앞에서 번뇌하기도 한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사물의 모양이 달리 보인다는 말이다. 
중심이 어디 가 있느냐에 따라 내가 넘어질 지 앞으로 미끄러질지를 안다는 말이다. 

자전거는.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 큰 상처를 입히기에 충분해서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도구였음에도. 
자전거는. 중심을 잡고 앞으로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새 바람을 불러 친구해주는 상냥한 도구라고 여겼다.




























씨앗을 심고 맡겨두자. 
기다리면. 동화처럼 내 삶이 변한다. 
외갓집, 나의 동화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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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섯 살. 그 때 우리 동네에는 딱 한 대의 피아노가 있었다. 

나의 어머니와 이모가 '화자'라고 부르는 같은 동네 후배의 것이었다.

옹기 종기 붙어 있는 집들 사이로 저녁 연기가 솟아 오르고 

한 시간 가량 켜 있다가 금새 하나 둘씩 꺼져가는 불. 

초저녁이면 으례히 그랬다. 

시골의 밤은 길고. 생각의 밤은 깊었다. 

그 때마다 나의 생각의 밤을 채워 준것은 '화자'의 피아노. 

흙묻은 나의 손때를 잠시나마 부끄럽게 해준 '화자'의 피아노. 

수줍어 가까이 갈 수 없고, 배울 용기 없어 친구들 몰래 창문 옆에서 흘려 듣던 '화자'의 피아노. 

동네에 피아노 학원은 있을 리 없고, 가까스로 피아노를 만져볼 기회를 얻게 해준 것은 다름아닌 어머니. 

서커스를 보러 온 아이처럼 환호와 탄성에 저절로 입이 벌어져 시간이 가는 줄 몰랐던. 그 때. 

어젯 밤.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그 때, 그 '화자'의 피아노가 너를 만나고 싶단다." 는 내용이었다.

먼 미국 땅에서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화자는. 

영주권을 얻게 되었다며 곧 돌아갈 한국 땅 서울에서. 

어머니의 아들인 나를. 만나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 때 언니의 아들은 정말 맑았어. 머리도 좋은 듯 했고 노래도 참 잘했지. "



돌이켜 보면 나의 어릴 적부터 스승은 모든 것, 모든 사물이었다. 

명작영화에 나온 E.T부터 바로 어젯밤에 꾼 꿈까지 모든 것들이 나에게 배움의 이유를 준다. 

'화자'의 피아노 또한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꿈을 꾸게 해주었던 것은 틀림이 없었다. 

아니, 한가지라도 갖고 싶어 꿈을 꾸었다. 사실 나는 욕심이 별로 없었으니까. 

모든 것을 버릴 각오는 되어 있지만. 꼭 한가지는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금 나를 떠올려 주다니. 참 좋은 느낌이었다. 

"저도 꼭 뵙고 싶습니다." 하고 말을 하고 끊었다.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만나게 되면 꼭 한가지 여쭙고 싶은 말이 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그것이 나의 시작. 전환점. 혹은 꿈이 될 기회였다고 여기는 것이. 

그 일이 있고나서 얼만큼이 지나야 알 수 있을까요. 

한 남자의 남편으로, 두 아이의 어머니로, 몇 십 몇 백의 삶을 도우는 목회자로 사는 '화자'의 이야기를. 

나도 한 번 듣고 싶어서. 실은 '화자'의 피아노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어져서. 

어떤 질문이라도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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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갈 때, 문득. 
                                                                                                                                              
                                                                                                                         yunje

우리들 옛 이야기 행복하고 행복하다. 
살아온 지난 날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어떤 날 어떤 이와 함께 나눈 이야기는 
기억하지 않으면 멀어진다. 사라지고 없다. 

비 개인 어느 오후에.
젖은 지붕 밑 쭈그려 앉아 있던 
그대의 젖은 머리칼. 젖은 눈동자. 

너무 좋았었기 때문에. 너무 아팠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고 잊혀지는 건 더 아니기에. 
이제서야 웃죠.  이제서야 말하죠. 


세상엔 늘 새로운 것. 모든 것은 잊혀진다.
일상을 견뎌볼 뿐 가난해서 떠날 수도 없다. 

오래된 나의 신발을. 왜 아직도 버리지 않았냐고 물었지.
지구끝까지 함께 걸어갈 만큼 편한. 

그 시절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조금은 허름해도 이제 어울리지 않아도. 난 괜찮아. 

너무 좋았었기 때문에.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고 잊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제서야 웃죠. 이제서야 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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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어떤 이와 만나면서. 

나는 숱한 기억들과 싸운다. 

한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다른 느낌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결국에. 

기억은. 

나를 아는. 

누군가에 의해 다시 씌여졌다가. 

다시 내게로 돌아온. 

무뎌지기 힘든. 


그래서. 당신이란 존재가. 
나에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금. 


섬은 외롭다. 하지만 섬과 섬을 꿈꾸는 것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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