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초췌한 몰골로 찾아와서는 기타동호회에서 이것 저것 연주는 같이 해봤는데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고 했던 여진씨가 생각난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다. 그리고 얼마 뒤에 함께 연주하고 싶어하는 동생 명신씨가 찾아왔고, 이런 저런 연주로 맛을 보고 난 뒤에 6개월동안 띵가띵가 놀면서 만든 노래가 <아무것도>라는 노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의 아무것도, 노래에는 만들고 부르는 사람의 전부라고 여길만큼의 에너지가 담긴다. 언제고 음원 하나를 꼭 발매하고 싶다는 그들은 벌써부터 밴드명까지 지었다. 나의 '흥' 너의 '끼'를 줄여 '흥끼'. 

사람들은 즐겁다. 교습생들은 즐겁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은 공간에 기타를 퉁하고 튕기다가 이제는 말도 제법하고 발가락도 가끔 까닥거린다. 에너지 쓰기를 좋아하는 둘 덕분에 서핑도 함께 가고 노래도 함께 부르게 되었다. 그 동안의 이야기가 굉장히 길지만 이렇게 몇줄 써 놓는다.  


아직도 반쯤 남아있는 밤, 알람이 없는 토요일 아침 
주말에 하려고 미뤄두었던 빨래도 설거지도 너랑 연애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오늘은 느슨하게 내일은 또 휴일이잖아
일단 잠 좀 자고 일어나서 
아니 일어나지마 게으르면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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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교습생들은 나보다 래퍼토리가 더 많다. 

민물장어의 꿈, 째즈까페, Friends, 일상으로의 초대, 매일 그대와 등등

곡을 통해 배우고 녹음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단축되어 간다. 

이번 주에는 무얼로 배워볼까요, 두 사람의 성향을 알기 때문에 곡 선정도 비교적 수월하다. 

이제는 습득하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는걸요, 이곡. 이 곡도 좋고 저 곡은 어때요? 

선생님요, 그런데요 잊어버리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지 말고 복습을 해요, 복습.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고민을 하던 차에 내게도 래퍼토리를 주어서 고마워요. 

그래요, 나 또한 예전에 내가 연주한 동영상을 보면서 배우곤 해요. 방법이라기보다는 그 때의 심정을, 

우리가 처음 배웠던 곡들을 다시 연주해보고 그 때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들을 

펼쳐 봅시다. 그 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지요? 어렴풋이 그 때의 마음도 떠오르고 말이죠. 

지금에서야 우리는 서로 편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고 야구도 보고 하지만 그 때엔 뭔가 조심스러웠지요. 

처음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나에게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그러지 말고 복습을 합시다, 복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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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사람들, 교습생. 

일주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서로 안부를 묻고 답하며

우리가 왜 만나게 되었는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기타를 더듬더듬 만지작 만지작. 


왜 아직도 더듬어요? 

그러게요, 연습을 못해서. 

연습할 시간을 주면 되나요? 

그러지 말고 같이 한번 맞춰봅시다. 


나는 여러가지로 가르치고 

너는 한가지로 배우기를 몇 날 며칠

아무래도 우리는 시간을 함께 보내야겠어요. 

지금 당장에 만족시켜드릴 순 없으니까요.


일주일에 고작 한번 만나는 사람들, 교습생

그렇게 일주일을 일 년, 삼 년 동안 만나서 오면

우리가 왜 만나게 되었는가 가물가물한 기억보다

지금 우리가 왜 만나서 이렇게 있을 수 있는가 

이럴 수 있는가. 


아, 언젠가 헤어지겠지만 

그리 슬퍼할 일이 아니면 좋겠다.

우리가 왜 만났는가보다 무엇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는가

그 질문에 늘 정확히 답을 주는 시간들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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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들었지만, 즐겨부르지는 않았다. 시원시원하게 뱉어내는 노래를 불러본 게 너무 오래된 나머지. 

형준이는 이 곡을 좋아한다고 했다, 순이네담벼락 2집에 실린 [고래의 습격]이라는 노래. 


언젠가 아내가 날더러 네가 쓴 가사는 너무 마초적이라고 했었다. 가사내용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수많은 다툼 뒤 커다란 고래가 닥쳐온다고 해도 이제는 두번 다시 그 떄로 돌아갈 수 없으니

어떻게든 나를 믿고 살아가줘' 라니. 

지금에서야, 그만한 힘이 다 떨어져버려서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해본다. 


어찌됐든 형준이는 젊은 패기로, 또 그만한 목소리로 훌륭히 불렀다. 

얼마 전 내 공연에서도 이 곡을 불렀다. 그야말로 열창,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목소리처럼 꿋꿋하게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얼마 전 형준이가 담배를 피우며 쑥쓰럽게 웃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어느새 이렇게 어른이 되었네, 군대도 잘 다녀오고. 

마지막 남은 수업시간도 잘 채워보자. 




이런 생각을 했다, 

형준이가 성장하는 동안 나는 무얼 하며 지냈나. 

그저 바라보고 흐뭇해하기엔 나 또한 젊지 않은가, 

애니메이션 <충사>에 삽입되었던 그 음악, 사실 이것 때문에 Lucy Rose를 알게 되었다. 

다른 편곡이 필요하지 않아서 좋은, 기타 그대로의 코드를 열거해도 충분히 드라마가 되는 그런 음악이다. 

규연씨가 평소 즐겨듣는 음악이 아니어서 불러본 노래가 아니라서 좋았다고 했다. 

노래를 눌러서 부르는 것보다 툭툭 뱉어내듯 불러보는 것도 매력있다고 할 만큼 좋은 경험이었다. 


G Major7th 톤의 연주가 주요하다는 점에서 튠을 E-A-D-F#-B-E로 한 것이 연주의 전부다. 

튠을 달리했으니 각각 잡는 코드의 운지도 다르다는 것을 먼저 알고 코드를 만들어가면 재미있다. 

근음 연주와 나머지 스트로크 연주를 잘 섞어내는 것도 꾸준히 연습해야할 부분이다. 


 


나 스스로 올해에 커버곡 10곡 이상 연주를 목표로 했고, 

교습생들에게도 커버곡을 제안했다. 그것도 아주 수준급으로 연주하면서 노래까지, 


가르치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같이 합주도 해보고 녹음도 해보고, 

한 소절이나 후렴부 몇 소절 부르는 것 이상으로 연주의 흐름과 노래를 충분히 소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선씨의 선잠, 원곡은 제이래빗의 선잠을 먼저 연주해본다. 


음원을 듣고 코드를 따고, 코드가 익숙해지면 코드와 코드를 연결하는 멜로디를 연습했다. 

난 원하지 않았으나 정선씨가 원해서 원곡과 같은 구체적인 선율의 연주까지 넣었다. 물론, 스스로 해왔다. 

이제는 어떤 설명을 해도 이해가 빠르고 그보다 연습량이 많아졌다. 

오래 배운 친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른손 연주의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에 있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는 늘 훌륭했고, 연주까지 많이 나아져 기분좋게 녹음했다. 



일곱번째이자 마지막 교습생은 강은혜, 김정선. 

우리는 발표회의 순서를 공연 30분 전 제비뽑기로 정했는데 용케 두 학생이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다. 

사실, 가장 많은 자작곡을 만든 교습생들이기도 하거니와 커버곡이 줄줄이 있는 팀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세 곡을 준비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기대도 많고 보람 찬 기억이 많은 교습생들이기에, 마지막 순서를 뽑았던 것에 내심 안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기대한 것에 비해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어 발표회 뒤풀이 자리에서 사실대로 얘기를 해버린 것이 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우린 늘 과정에서 과정으로 거쳐가는 중간에 있기 때문에 늘 변화 및 발전이 가능한 배움들이니까 말이다.


맞는 옷이 있다, 사이즈가 아닌 어울림에 대해서 말한 것이다. 

교습생들에게 내 취향을 들려주는 것은 나에 대해서 말해주기 위해서다. 마찬가지 교습생들의 취향을 물어보는 것은 단지, 

그들이 원하는 교습곡과 장르의 문제, 선호하는 분위기라기보다 그들에게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의 묘한 교차점을 그려보기 위해서다. 그런 이유로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가령, 회사 업무과다에 관한 일이나 소속된 단체에서의 인간관계에 관한 일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무엇이 그들의 생각과 목소리의 색깔을 

바꿔놓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이해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 틈이 생겨난 자리에서 보면 그들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들과 그것들을 순수하게 감싸는 노래들이 떠오르게 된다. 

내가 하는 역할은 그것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변화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가하는 데에서 함께 떠올리는 데로 옮겨간다. 

나는 나도 즐겁고 교습생들도 즐겁게 이 시간을 맞았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어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바뀌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만든 노래 2곡과 어울릴 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커버곡 1곡을 함께 불렀다. 

연주를 도와주기도 하고 노래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서로가 우리에게 발표를 했다. 

가사와 코드 등은 예전 블로그를 참고로 링크를 걸어두고 지금은 들어나보자. 


2016/04/16 - [혼자서도 잘쳐 기타교습소] - 혼자서도 잘쳐 - 공연 제 2화

 









유일하게 이름이 있는 팀이다, 이름이 있을 정도로 설레발이 유난한 팀의 이름 또한 '설레발'

올 여름에 처음 만나 여태껏 주말을 함께 보내며 여러 곡(?)들을 거쳐 도달한 두 곡, 

너에게와 산책이란 두 노래를 여러 고심 끝에 고르고 골라 연습을 진행해왔다. 

여러 고민들이 있어왔지만 그 중에 가장 컸던 것은 서보지 않은 무대에 관한 것이었다, 

영상에 보았듯이 준비한 소품들, 지인의 응원들, 서글서글한 성품들은 충분했지만 아무래도. 

무대위의 긴장감은 많은 준비에도 어쩌지 못한 과제였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충분히 즐겨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짧은 기간동안 기본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음에도, 주어진 몫을 충분히 연습해주었다. 

무엇보다 수업과 병행한 연습기간동안 바쁜 일과 중에도 틈틈히 작업실을 방문해주고

때때로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했던 기억들 덕분에 고마운 마음이다. 

우리가 먹고 마신 것들을 준비해준 마음에도 큰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덕분에 나도 공연을 준비하면서 '설레발'을 쳤던 그 순간들에 웃곤 한다. 


다만, 한번 경험해봤듯이. 

우리 모두 마음의 목소리를 충분히 크게 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내가 하는 소리에 대한 자신감, 틀린것은 없고 다른것만 있는 우리 사이에. 







발표회를 여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번째, 일정기간을 주지 않으면 연습의 알맹이가 없다. (데드라인이 필요하다)

두번째, 다른 교습생은 어떻게 만들었고 연습을 했나 보고싶다. 

세번째, 즐겁게 즐겁게 만나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발표회를 준비하는 동안은 첫번째 이유에서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열심히 연습들을 한다. 이정도면 되겠지 라고 얘기하는 것은 나(선생님)의 입장에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지만 각자는 서로다른 생각의 풍선을 어깨에 달고 연습들을 했을 것이다. 모두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고 연습해도 안되는 느낌들에 대해서 수업시간에 이야기를 하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일정기간 동안 이루어져야 그 다음단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발표회를 보는 동안은, 나와 다른 신체구조의 나와다른 정신구조의 사람들을 만난다. 일단은 구경이다, 공연하는 사람의 손짓과 몸짓 표정과 말투를 포함해 모든 것을 구경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수도, 박수를 치기도 한다. 두번째 이유에서 나와 다른 취향의 교습생들을 구경하는 일에서 점점 즐거워진다. 먼저 한 무대에서 실수는 까맣게 잊기도 하고 무대 오르기 전 긴장이 살짝 풀려버릴지도 모른다. 때론 자책을 하기도 하고,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점점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집에가는 길이라던지, 하루 이틀이 지난 지금 녹화해놓은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혹은 그 시간들을 아쉬워하면서 생각에 빠져본다. 세번째 이유에서 이것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가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를, 그 분위기를 잊지 않고 사는 데 보탬이 되어야 교습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서 두 가지의 이유에서 행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면 지금은 내가 향유하는 부분들이 결국 배움의, 삶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말뿐인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이유모를 자신감과 같은 것들이 내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발표회 소기의 목적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선생님을 비롯한 타인의 표현으로 확인받는 대신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야 시간의 보상을 받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두 교습생 모두 자작곡이다. 

훌륭하다, 곡을 만들고 연습하고 부르는 모든 부분에서 나는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다. 



길을 걷다 - 강규연 사/곡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다 한숨을 돌리려고 멈췄지

내 시선의 끝에서 발견한 한 꼬마

무심코 건낸 나의 인사에 수줍은 미소로 답했지

그 표정에서 내가 발견한 건 나 


순수했었지 거짓을 몰랐지 

푸른 하늘을 날아올라 그 곳에 있는 구름을 다 딸거라고 

무지개 너머엔 뭐가 있을까 뛰어서 갈 수 있을까 

빛 바랜 기억속을 달린다


내가 멈춰선 바로 그 곳 그곳에서 내 두 발을 봤지

참 열심히도 걸어왔구나, 그 길을 이젠 순수할 수는 없어도 

쉬어가는 법을 배웠지 무작위함에서 나오던 힘을 빼고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언젠가 웃게 될 그 날을 그리며

지금 이 시간을 걸어보자 

아름답도록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내 시간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행복한 순간만 있다면 그게 행복인 줄 모를거야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 다 나의 일부


보이지 않는 길 그 길의 끝에서 

언젠가 웃게 될 그 날을 그리며 

지금 이시간을 걸어보자 

아름답도록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내 시간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길 

나만이 채워온 나의 길




일주일에 한번을 꼬박꼬박 만나는 친구란 살면서 별로 없었다, 학창시절을 제외하면 말이다. 

집과 작업실만을 오가는 버스를 하루 두번 타고, 한강다리를 해와 달과 함께 건너는 것 외에 별다를 일이 없는 일상이지만

우연찮게 수업을 하면서 만난 이 두명의 친구들과의 저녁시간은 이제 수업을 핑계로 만나는 친구와 같은 시간이다. 

순한씨와도 언 3년이라는 시간을, 경원씨와도 햇수로는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직도 말을 놓지 못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그것이 관계에 있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닌 줄로 안다. 비슷한 과정을 보내왔고, 느끼는 바가 한 갈래로 묶였다는 것에 감사한 일이다. 


남편의 길로 접어든 두 교습생이자 친구인 그들에게 때때로 이런 저런 경우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 

언제나 술이 있다. 그것 때문에 서로의 안사람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라도 음악적인 이야기에 우리 삶을 끼워넣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되었다. 꼭 기타에 관한 수업이라기 보다 우리가 즐겨듣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 흘러온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행복에 대함이다. 


작년에 이어 순한씨의 순진무구한(?) 글짓기를 함께 보며 웃다가 또 하나의 노래가 만들어졌다. 

제목은 아무래도 짓기가 힘들다 하여 내 나름대로 '그날의 온도'라고 하기로 했다, 가사에 들어간 '그날의 풍경'보다는 훨씬 더 감각적이달까. 

그리고 또 하나의 노래는 우리가 좋아하는 해철이형의 오랜 노래, 째즈까페. 나레이션 전문가수 경원씨와 에너지틱한 순한씨의 묘한 조합이다. 

 

들어본다, 





가끔씩 웃으며 꺼내드는 얘기 

술자리 안주처럼 대수롭지 않은 얘기

그러다가 며칠을 그 기억에 갇혀 

그 날밤 그 거리를 나 혼자서 찾네


우- 우- 비 내리던 그 밤 우- 우- 흠뻑젖은 우리 

우- 우- 캄캄한 그 밤 우리가 다 밝혔는데 


그 날 풍경들이 평소엔 서랍 속 깊숙하게 놓여있는 사진처럼

생각나지도 않아 기억나지도 않아


우연히 들리는 요즘 네 이야기 

연예인 가십처럼 별것도 아닌 이야기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생각나 

그날의 그 거리를 나 혼자서 걷네


- 우- 눈 내리던 그 밤 우- 우- 훌쩍 떠나간 너

- 우- 새하얀 그 날 우리가 다 지워졌네 


이런 풍경들이 평소엔 옷장 속 어딘가에 걸려있는 셔츠처럼

그런 풍경들이 평소엔 책장에 꽂혀있는 먼지덮인 책들처럼

생각나지도 않아 기억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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